토지, 건물 등 부동산 거래를 중개해 주는 공인중개사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은퇴자,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까지 응시에 몰리면서 2016년부터 매년 2만 명 이상씩 배출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총 합격자 수만 40만 명에 달하고, 실제로 개업을 한 공인중개사 수는 2017년에 이미 10만 명을 넘었다. 이런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이 예상된다. 무엇이든 사람이 많아지면 경쟁이 치열해진다. 무슨 일이든 내 전문 분야에 사람이 많으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양극화도 심화되었는데, 절반 이상은 월 100만 원도 못 버는 반면 일부는 수천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주변에 공인중개사 분들을 몇몇 만나보니 한결 같이 땅이 꺼지듯 한탄을 한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어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며, 이 모든 것은 나라 탓이고 정치인들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아우성이다.
자, 이 상황을 작은 기업이나 프리랜서 입장에서 한 번 바라보도록 하자. 내가 만일 공인중개사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혹시 나 또한 나라 탓, 정치 탓만 하며 신세 한탄이나 할 것인가? 그저 지도자들의 무능에 대해 한탄만 하며 지낼 것인가? 과연 나는 개인사업자로서 아무런 대책도 마련할 수가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내년에 또 2만여 명의 신규 합격자가 추가될 것이 뻔한데, 그렇게 무능하다고 비난했던 국회의원들에게 공인중개사 법이라도 고쳐 달라고 애걸복걸이나 할 것인가? 오롯이 내 인생 내가 책임져야 하는 마당에, 세상이 나를 지켜 주기만 바라는 건 너무 한가하지 않은가?
공인중개사는 두 종류로 나뉜다. 잘 나가는 공인중개사와 그렇지 않은 공인중개사. 잘 나가는 공인중개사는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외부 변수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대신에 그들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은 전화를 건다.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 집주인과 세입자에게 말이다. 분명히 임대인과 임차인에 대한 모든 연락처를 갖고 있고 그들의 계약이 언제 만료되는지 명확한 날짜까지 알고 있으니 실행하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다. 관행적으로 대부분 오피스텔은 1년, 아파트는 2년짜리 임대차 계약을 맺는다. 계약 만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면 자연스럽게 물어보면서 소위 영업이라는 걸 할 수 있다. 혹시 집을 빼실 거면 다음 집은 어디로 옮기실 건지? 아니면 집을 새로 장만을 하실 건지? 무엇을 하든지 내가 계속 서비스를 해드리겠다고 제안할 수 있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기존 고객 관리인 것이다. 이로부터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물론 분명히 이탈하는 고객도 많겠지만, 적어도 일정 확률만큼은 1년마다 혹은 2년마다 소위 말하는 리텐션(Retention, 고객 재창출 혹은 고객 재구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저 전화 한 통이면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면 제로(0)지만, 무엇이라도 행(行)하면 무조건 플러스(+)가 된다. 안 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기존 고객 리텐션은 신규 고객 확보에 비해서 영업 비용이 저렴하다. 즉 한 명의 고객을 유치할 때 드는 에너지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야기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항상 기존 고객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반드시 절대적인 시간을 기존 고객을 위해 써야 한다. 기존 고객은 우리 상품이나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해 본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상품이나 서비스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보다 우리에 대해서 더 잘 알지도 모른다. 2006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이 발표한 소비자 불만 연구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만을 가진 고객 중 63%는 침묵하고, 단 6%만이 우리에게 직접 불만을 표출한다고 한다. 그냥 번거롭고 귀찮기 때문이다. 대신 불만을 가진 고객 중 31%는 부정적인 의견을 친구, 가족, 동료들에게 매우 적극적으로 전달한다고 한다. 부정 편향(Negative Bias)이라고 해서 긍정적인 이야기보다는 부정적인 이야기에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기존 고객을 잃는 것은 엄청난 손해임을 잊지 말자. / 스타트업세일즈연구소 유장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