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대응 방법 – 전화 편

인바운드 전화 응대는 모든 세일즈의 핵심이다. 

 

앞서 A 컴퓨터 학원의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다행히 배워야 하는 욕구가 강했기 때문에 학원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가장 궁금한 수강료, 커리큘럼을 물어보았다. 아주 자연스럽고 무난한 질문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전혀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왔다. 수강료와 커리큘럼에 대해서 모두 담당하시는 분이 따로 있으니 일단 전화번호를 남겨 주시면 콜백(call back)을 준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럴 필요까지 없고 대충이라도 좋으니 수강료는 얼마쯤 되느냐고 되물었다. 역시나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이건 전혀 어려운 질문이 아닌데 왜 그들은 기어코 잠재 고객을 밀쳐 내는 걸까? 잠재 고객이란 변덕이 심한 네 살짜리 어린애라고 보면 된다. 잠재 고객이란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에 갔다가도 줄이라도 길게 서 있으면 다른 식당으로 가는 그런 사람이다. 그걸 보고 인내심이 없다고만 탓할 수는 없으리라. 원래 잠재 고객은 인내심이 없다. 왜냐하면 선택의 가짓수가 많기 때문이다.

 

(1) 전화 응대 제1법칙 – 고객의 전화를 받으면 일단 펜을 들자.

 

어떻게 해야 인바운드 전화 리드에 잘 대응할 수 있을까? 소프트뱅크커머스 신입 사원일 때 필자는 사무실에 전화가 울리기만 하면 모든 전화를 다 당겨 받았다. 물론 필자만 그런 건 아니고 입사 동기 아홉 명이 다 같이 그랬다. 잘은 기억 안 나지만 전화가 울리면 잽싸게 샵(#) 버튼을 누르고 해당 구내번호를 눌러 당겨 받았다. 신입인데 전화의 맥락을 알 턱이 없었다. 당연히 바짝 긴장해서 내용을 들어도 도무지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상대방은 답답해서 됐으니 나중에 다시 걸겠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정 급하시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받아 적으라고 친절히 설명해 주시는 분도 있었다. 그런데 필자도 답답하고 통 알아들을 수가 없어 진땀이 난다. 같은 한국말 쓰는 사람끼리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다. 그렇지만 나중에 선배한테 혼나면 안 되니 정신을 바짝 차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집중을 해도 전혀 잘못된 내용으로 전달하기도 하고 머리가 아예 하얘져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일이 생겼다. 그러기를 반복하다 결국 해결책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메모’다. 그게 무슨 발견이냐고 하겠지만, 메모는 나에게 모자라는 기억력을 채워 주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메모를 하면 적어도 머리가 하얘지지는 않았다. 메모지를 잃어버리면 모를까 말이다. 인바운드 전화의 행동 수칙 제1법칙은 ‘펜과 노트를 준비하라’ 곧 ‘메모하라’이다. 메모는 대면 미팅 시에는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기막힌 행동 툴이다.

 

전화가 걸려오면 무조건 펜을 들자. 노트와 펜은 서로 분리되지 않게 다이어리 옆에 달린 펜 걸이에 잘 꽂아 놓는다. 그리고 여러 개의 펜은 곳곳에 분산시켜 놓아야 한다. 책상 위에는 색깔 별로 여러 개의 펜을 항상 놓는 자리에 위치시키고, 책상 서랍 안에도, 재킷의 안 주머니에도 넣어 둔다. 노트는 아무거나 상관은 없지만, 가급적 스프링이 달린 소위 대학노트가 좋다. 왜냐하면 일단 간소하고 가벼워 휴대하기 편하고, 노트의 크기가 넓기 때문에 업무 내용을 충분히 담아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흔히 기업에서 배포되는 다이어리 형태의 노트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표지가 두꺼워 무게가 꽤 나가고 폭이 좁아 복잡한 업무를 충분히 담기에는 약간 부족하다. 메모를 하는 방법은 특별히 없다. 내가 평소 하던 방식으로 하면 그만이다. 메모를 할 때 상대방에게 티를 내면서 해도 된다. 대화를 자연스럽게 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커서 메모를 하지 않는 척 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메모를 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면 상대방은 내가 본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한다고 좋아할 것이다. 혹시 잘 못 알아 들었으면 충분히 설명을 구하라. ‘아, 팀장님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제가 그 내용에 대해 잘 몰라서요. 받아 적겠습니다. 다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요청을 하자.

 

(2) 전화 응대 제2법칙 – 목소리 가다듬기

 

모든 전화는 갑자기 받게 되어 있다. 사무실의 전화기 만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벨이 울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받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제1법칙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보자. 즉 펜과 노트를 준비하고 받아 적을 준비를 하자. 그리고 전화를 받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상대방(고객)의 회사, 이름, 연락처를 받아 적는 것이다. 너무 당연하다고? 맞다 당연하다. 그러나 신입 때는 별의별 일이 다 생기는 법이다. 실컷 얘기하고 끊었는데 이 사람이 누구였지?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전화를 받으면 일단 위의 세 가지를 가장 먼저 물어본다. 그리고 내 소개도 한다. 내가 어떤 업무를 담당하며 누구인지 이름을 정확히 밝힌다.

 

이때 목소리가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경력 16년 중 약 5년 정도를 인사이드 세일즈(inside sales) 포지션으로 근무했다. 그 경험으로 자신 있게 말하는데, 전화를 받을 때는 목소리가 정말로 중요하다. 전화는 목소리를 증폭시킨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가 누구와 대면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는 제스처와 얼굴 표정 그리고 적당한 소음과 분위기에 둘러싸여 있는데, 전화로 이야기 나눌 때는 상대방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표정이나 소음은 자연스럽게 차폐가 된다. 따라서 전화기로 인식하는 목소리의 떨림은 크게 증폭돼서 전달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기하게도 대면 미팅보다 전화로 상대방의 심리나 의중을 파악하기가 더 쉽다. 그 말은 반대로 얘기하면 내 목소리의 분위기도 상대방(고객)에게 여과 없이 전달이 된다는 것이다. 만일 사무실에서 짜증 나는 업무를 보다가 갑자기 전화를 받게 되면 예기치 못하게 나쁜 뉘앙스로 고객을 대하게 될 지도 모른다. 따라서 인바운드 전화를 받을 때는 일부러 라도 일단 한 번 환하게 웃어주고, 쉼 호흡도 한번 한 후에 받도록 하자. 다소 유치해 보여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3) 전화 응대 제3법칙 – 불가능이란 말을 쓰지 않기 (Don’t Say No)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받을 때 ‘불가능’이라는 말을 너무 흔하게 쓴다. ‘불가능’이란 말을 자주 쓰다 보면 되던 일도 안 된다. ‘일이 잘 되는 이유는 한 가지이지만, 일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백 가지도 넘는다.’라는 말이 있다. 리소스가 부족해서 안 되고, 회사가 작아서 안 되고, 컨셉이 맞지 않아서 안 되는 등 일이 안 될 만한 이유는 수없이 많다. 불가능한 경우가 그렇게 많다면, 그럼 반대로 무엇은 가능하단 말인가? 아래와 같은 말들은 월급만 축내는 직원들이 회사를 망칠 때 하는 소리다. 고객 전화를 받을 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은 다음과 같다.

 

  • 지금 담당자가 없으니 다음에 다시 전화를 주세요.
  • 저희가 담당자의 휴대전화 번호는 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 그런 서비스는 불가능합니다.
  • 그건 저희가 알 수가 없습니다.

 

스타트업에 무슨 담당자가 그리 많이 있을까? 물론 분업화된 업무를 각 담당자가 충실히 수행하는 것은 좋지만, 담당자가 부재중이란 이유로, 고객에게 다음에 다시 전화를 달라고 요구할 만한 여유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앞서 인바운드 전화의 중요성에 대해선 언급을 하였듯이, 인바운드 전화는 기업의 모든 업무에 우선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다름 아닌 잠재 고객의 세일즈 리드(sales lead)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써가며 마케팅과 홍보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세일즈 리드를 창출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그러므로 잠재 고객의 인바운드 전화는 기업에 있어서 최고의 우선순위를 가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전화를 대충대충 받고 있음에 통탄할 지경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필자는 개인적으로 모든 직원의 휴대전화를 담당 영역별로 공개를 하는 것을 추천하나, 백 번 양보해서 적어도 본인이 세일즈 담당자라면 휴대전화 번호를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 심각할 정도로 빈번하지는 않지만, ‘세일즈 담당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지 못하겠다’ 라고 말하는 스타트업들도 가끔 발견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즉시 개선하기를 바란다.

 

(4) 전화 응대 제4법칙 – 치트 시트(cheat sheet) 마련하기

 

기업은 소비자들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왜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도출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치트 시트(cheat sheet)이다. 치트 시트란 고객의 요구 사항과 질의 사항에 대하여 미리 준비해 놓는 이른바 모범 답안이며, 그와 직결된 대응 프로세스 매뉴얼이다. 이것은 엄청난 고민을 해 봐야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다. 경험이 짧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어려운 숙제일 수 있다. 왜냐하면 기존 사회에서 빈번하게 요구하던 것들은 금방 정립할 수 있겠지만, 경험이 없으면 전혀 알 수가 없는 일들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나이가 많다고 해서 이것이 단숨에 해결되고 문제가 없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험이 없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물어봐야 한다.

 

고객들은 무엇을 궁금해할까? 그들은 제품이나 솔루션의 가격을 알고 싶어하며, 제품이나 솔루션을 응용할 수 있는 범위와 실제 사례들이 궁금해 할 것이다. 또 해외 선진국의 사례도 함께 알고 싶을 것이다. 그들은 제품을 직접 시연해 보고 싶어하며, 직접 볼 수 없다면 짧은 동영상 클립으로라도 보고 싶어할 것이다. 단순히 제품뿐만 아니라 그와 연관된 여러 정보를 얻고 싶어할 것이며, 더 많은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어디를 참조하면 좋을지 알고 싶어할 것이다. 물론 경쟁사들의 정보도 함께 알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해당 자료를 이메일로 받기를 좋아할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우편물의 형태로 받고 싶을지도 모른다. 배송 시스템은 어떻게 될까? 현금영수증, 세금계산서 등은 어떤 식으로 발행되는지 알고 싶다. 나중에 환불은 가능한지 궁금하다. 중간에 쓰다가 반품도 가능한지 궁금하다. 대량 구매 할인(volume discount)도 가능한지 궁금하다. 회원과 비회원의 혜택 차이를 알고 싶다.

 

이렇게 고객이 궁금한 것은 무수히 많다. 당신의 회사는 이런 궁금증에 관하여 모든 시나리오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가령 고객이 우편물을 요청하면 비용은 누가 부담하며, 몇일 이내로 받을 수 있는지, 등기나 일반 우편 중 어떤 방식으로 보낼 것인지에 대한 대응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 대량 구매를 해도 저희는 특별히 할인 정책이 없습니다? 그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식은 아니다. 고객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면밀히 조사하도록 하자. 인터넷 검색과 사내 토론만으로는 부족하다. 여러 분류의 고객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각각의 샘플 고객들에게 직접 물어보자. 왜 그럴지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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