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일즈 담당자의 등장

마케팅 4.0 시대의 도래

마케팅과 영업의 개념이 최근에 정말 많이 변했다. 마케팅 관점이 판매자 중심인 4P에서 소비자 중심인 4C로 변한 것이 벌써 20년 전쯤이다.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그의 저서 ‘마켓 4.0(Marketing 4.0)’에서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을 강조했다. 그는 제품 중심(마켓 1.0)에서 고객 중심(마켓 2.0), 인간 중심(마켓 3.0)으로 전환하는 시장 변화를 설명해 왔는데, 이제 마켓 4.0 시대에는 디지털로 모두가 연결된 다시 말해 우리 모두가 언제 어디서든 연결되는 ‘초연결자’라는 것이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앤비… 잘 보면 이들 모두는 연결의 무한 확장 혹은 연결의 재해석으로 골리앗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기업들은 ‘대중(大衆)’을 상대로 자사의 제품을 ‘일방향(one way)’으로 판매하는 관습에 젖어 있다. 그러나 이제는 대중이라는 말이 무의미해진다. 대중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들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는 것인데 이제는 그게 좀 힘들다. 왜냐하면 요즘 세상에는 한 사람의 마음조차도 하나로 규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 마음속을 나도 모른다. 그만큼 나라고 하는 한 사람의 소비자 행동 패턴도 뭐라고 규정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따라서 마켓 4.0의 시대의 기업은 언제나 소비자들과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그들과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한다. 억지로 지어내지 않는 나만의 매력이 있는 이야기 말이다. 매력적인 사람은 누구와 대화를 나눠도 1시간, 2시간 또는 그 이상 이야기할 수 있다. 예쁘든지, 잘 생기든지, 아니면 웃기기라도 하든지 감동적이든지 간에 기업도 매력적이어야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끌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매력지수라는 말도 쓰인다. 매력은 호감도 높여주고 신뢰마저 높여준다. 기업에게 호감과 신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이제 한방에 큰 이윤을 왕창 남기고 빠지는 식은 통하지 않는다. 기업은 블로그, SNS, 팟캐스트,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들을 이용하여 소비자들과 상시적으로 소통하여야 한다. 가령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이 나고,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놀라운 콘텐츠가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동영상 미디어 클립도 주기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 밖에 챙겨야 할 온라인 채널들이 많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핀터레스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소셜 미디어 채널도 많다. 소비자들은 이런 다양한 채널에서 그들의 욕구와 구매 의도를 시도 때도 없이 알려주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가 없다. 기업은 작은 힌트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것을 즐겨야 한다. 예전에 어떤 친구 하나가 트위터를 대뜸 비난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난 트위터 안 써. 나는 세상에 얽매이기 싫거든. 트위터 쓰다 보면 내가 거기에 종속되는 느낌이야.’ 음… 혹시나 당신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마케팅이나 영업 업무를 할 생각을 마시라. 마케팅이나 영업은 바로 ‘세상과 얽매이고 부대끼라고 존재하는’ 직무이다. 새로운 것이 나오면 일단 한번 써 보고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무조건 시도해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최근 10년 사이에 영업이 정말 많이 변했다. 

직무 이야기를 한 번 해 보자. 영업 직무는 오랜 기간 동안 그 형태가 많이 변해 왔다. 20년 전쯤에 외국 벤더(vendor)사에서 근무했던 영업 담당자분들은 그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한 마디씩 탄식한다. ‘아, 그때가 참 좋았지……’ 그때는 총판이나 대리점 직원들이 제품을 받기 위해 벤더사 사옥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도 그 날 못 받고 허탕 치고 돌아갔다고 한다. 일단 제품이 너무 잘 팔려 금방 품절이 발생하여 그러기도 했고, 가만히 있어도 사업이 번창하니 담당자가 낮술이나 마시러 가서 그러기도 했단다. 정녕 그런 시절도 있었다. 경기가 좋았을뿐더러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떨어졌으니 외산 벤더들의 제품이라면 무조건 경쟁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가 고도화되어 경제성장률이 제로에 가깝고, 경쟁이 치열해져 외산 제품도 상황이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채널 세일즈가 많았다. 왜냐하면 마진이 높았기 때문이다. 물건 하나 팔 때마다 마진이 정말 아주 많이 남았기 때문에 벤더부터 최종 고객(end user)까지 파트너들의 수(tier)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것 중에 필자가 몸 담았던 벤더부터 최종 고객까지 무려 여섯 개 업체까지 끼어들어 하나의 딜을 클로징 했던 적도 있었다. 한 개의 티어 당 최소 5~10%의 마진만 계산해 봐도 그 당시 얼마나 많이 남는 장사를 했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경쟁이 치열해져 마진이 박해지자 채널 세일즈의 영역이 줄어들었다. 대신 가장 전통적인 영업 직무라고 할 수 있는 필드 세일즈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확성기에 대고 몇 마디 마케팅 메시지만 날려도 팔리던 제품이 안 팔리기 시작했다. 때문에 필드 세일즈는 말 그대로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녔다. 우리가 소위 ‘영업하러 다닌다’는 말은 문자 그대로 필드 세일즈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덕목은 성실함과 인내심이다. 많이 다니면 다닐수록 성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플 때나 슬플 때나 개인감정은 일단 접어 두고 꾸준히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필드 세일즈는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하며 아마 미래에도 계속해서 중요할 것 같다. 온라인과 원격 지원 환경 그리고 알파고(AlphaGo)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래하더라도 여전히 중요할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온라인 상에 이미 엄청난 양의 정보와 큐레이션들이 존재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지인 추천을 신뢰하며 서로 관계 맺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편, 막무가내 정신만으로는 영업이 시원치 않게 되자 영업의 세계에서도 정보기술과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즉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이라고 하는 것을 비즈니스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객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고객 확보뿐만 아니라 고객 유지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은 기업 내에 축적된 대용량의 데이터를 통해 그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은 고객과 개별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일대일 마케팅, 관계 마케팅으로 진화하였다. 이를 통해 발전 확립된 것이 바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다. CRM은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객 데이터를 세분화하여 신규 고객 획득, 핵심 고객 유지 등 평생 고객 가치를 관리하는 것이었으며, 이를 위한 DM(Direct Mailing, TM(Tele-Marketing)의 영업을 담당한 직무가 바로 인사이드 세일즈(inside sales)인 것이다.  인사이드 세일즈는 잠재 고객의 정보를 수집하고 그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아웃바운드 콜드 콜 (outbound cold call)이나 e-DM을 발송한다.

지금까지 언급한 채널 세일즈, 필드 세일즈, 인사이드 세일즈는 영업의 세계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직무였다. 이들은 더 많은 고객을 상대로 더 많은 영업 활동을 함으로써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런데 산업이 발전하여 대규모의 기업이 증가하게 되었고 하나의 기업 내에서도 다양한 니즈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단순한 영업의 행위의 반복만으로는 고객을 만족시켜 줄 수 없게 되었다. 고객사에 더욱 밀착하여 거의 고객사의 직원처럼 일할 줄 아는 영업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어카운트 세일즈(account sales), 테리토리 세일즈(territory sales)라는 직무가 탄생하였다. 이들은 말 그대로 해당 어카운트(고객)만을 전담 마크하는 영업인 것이다. 큰 고객사일수록 수요가 풍부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이 발생한다. 그리고 직원들의 턴오버(turn-over)도 많다. 따라서 그들의 재구매(repeat order)를 관리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기존 고객 관리가 요구되었다. 어카운트 세일즈나 테리토리 세일즈 담당자들은 해당 산업 도메인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영역의 비즈니스 플랜을 짰다. 이는 고객사와 본사 간에 장기적인 관계 구축을 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이다. 둘의 구분은 모호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주로 어카운트 세일즈가 특정 산업별, 고객별로 구분되는 반면에 테리토리 세일즈는 지리적으로 특정한 지역을 맡아 영업 행위를 수행하는 역할을 일컫는다.

디지털 세일즈 담당자의 등장

이렇게 시대의 흐름에 맞게 영업의 형태와 직무도 변해왔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영업이 필요한 시대일까? 이제는 마케팅 4.0의 시대이다. 초연결자로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상을 넘나드는 소심한(shy) 고객들을 발굴하여 소통하는 영업이 필요하다. 그 사람은 바로 디지털 세일즈(digital sales) 담당자이다. 디지털 세일즈 담당자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매력적인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제작해야 한다. 옆에서 누가 만들어 줄 사람이 없다.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당신이 인사이드 세일즈 담당자이건 필드 세일즈 담당자이건 상관없이 말이다. 게다가 스타트업에서 영업을 한다면 이제 모두 디지털 세일즈 역할을 해야 한다. 디지털 세일즈 담당자는 소비자의 구매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여 각 단계별로 어떠한 마케팅 및 영업 전략을 구사해야 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이때 디지털 마케팅 툴을 사용하여 정확한 측정과 분석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잠재 고객들이 우리의 채널들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서 방문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것들을 모두 영업 담당자가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말이다. 왜냐하면 기업과 고객이 상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초연결성 시대에는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즉 영업 담당자가 마케팅 역할도 함께 해야 한다. 예전처럼 어떤 큰일이 발생했을 때나 마케팅과 영업이 만나서 의사 결정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디지털 세일즈의 시대에는 마케팅과 영업 담당자의 구분이 없어진다. 통합적인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매우 빠른 속도로 비즈니스 플랜과 정책을 잠재 고객에게 즉각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담당자가 노출 수와 댓글 수 만을 자신의 KPI로 가져간다면 너무 안이한 태도다. 본인이 마케팅 출신이라면 당장 영업 스킬을 배워야 할 것이고, 영업 출신이라면 당장 디지털 마케팅 개념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기업의 소셜 미디어 계정의 관리 문제도 생각해 볼 문제다. 즉 기업의 SNS 계정을 가급적 많은 직원들이 함께 관리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가령 페이스북 계정 관리자는 보통 마케팅 담당자 한 명이 담당하는 데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혼자서는 주기적으로 콘텐츠를 창작하는 것도 어렵고 반응 속도도 느릴뿐더러 고객의 질문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도 못한다. 게다가 그 관리자는 영업 담당자가 아닌 경우가 많아서 디지털 세일즈 시대에 적절하지가 않다. 아마 회사 공식 계정을 여러 사람이 관리할 경우 혹시 부적절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걱정하는 것 같은데, 그건 그만큼 사내에서 비즈니스 거버넌스에 대한 기반이 덜 다듬어져서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오히려 생명력 있는 영업 및 마케팅 메시지를 전사적으로 잘 공유하고 모든 직원이 바이럴 인플루언서로서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아무튼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이제 디지털 시대에는 작고 빠르고 젊은 기업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기민하게 움직이는 기업만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대하자. 그리고 그 안에서 방황하는 소비자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자. 왜?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소비자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맡은 업무에 대해서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하자. 그래야 양질의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이 진심으로 재밌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내 일에 대해서 할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으면 곤란하다. 같은 제품이라도 나만의 이야기를 밤새도록 할 줄 아는 그런 영업이 필요하다. 불황일수록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이것이 디지털 세일즈의 기본자세다. / 스타트업세일즈연구소 유장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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